어느 반가사유상 / 윤경화
동산의 등성이에 차오르는 아침 기운이 서재 안으로 들어와 나에게 스민다. 이런 순간을 느껴본 지가 오래전 일 같다. 힘이 넘치는 듯한 능선의 모습은 산이 맞고 보낸 서사의 형상이다. 오늘 아침에서야 그 곡절에 마음을 기울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부지리로 얻은 사흘간의 완벽한 여유 덕분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산행으로 숨이 찬 시간을 사람들은 험한 길 탓이라며 편한 길을 찾아 걷기도 하지만 난삽하고 거친 능선의 매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등산을 즐기지 않지만 고된 산타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산과 사람의 행로가 서로 다르지 않으니 산의 고된 역사와 서사에 밀착하여 들숨 날숨으로 교감하는 순간 일체감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 순간 산의 속마음도 들을 수 있을 듯하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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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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