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생(共生) / 김학
여름철의 내 발바닥은 무좀의 야영장이다. 무좀의 무리들이 내 발바닥에다 크고 작은 텐트를 치고 여름을 즐긴다. 녀석들이 터를 골라잡는 곳은 양쪽 복사뼈 밑의 반질반질한 발바닥과 뒤꿈치 부근이다. 대개가 원형 텐트인데, 어떤 것은 좁쌀만 하고, 또 어떤 것은 은단만 하다. 한쪽 발에 10여 개의 텐트가 처져있다. 내 경우 무좀은 여름의 전령사다. 가을부터 봄까지 말짱하던 발바닥에 수포가 하나둘 솟아오르면 나는 여름이 왔음을 직감한다. 달력이나 기온보다도 먼저 달려와 내게 여름의 내방을 알려준다. 여름의 전령사인 무좀의 성의가 고맙고, 친절이 가상하다. 내 발바닥에서 사는 무좀은 나를 못 견딜 만큼 괴롭히지는 않는다. 가뭄 뒤의 논바닥처럼 발바닥이 갈라지거나, 발가락 사이에서 허물이 벗겨지도록 들볶지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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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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