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금팔찌 / 김미향
눈시울이 뜨거워진 어머니를 보며 밥만 꾸역꾸역 삼킨다. 돈을 벌어도 내 손목만 치장했지 고생한 당신의 손은 대접할 줄 몰랐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손가락에 금빛이 반짝일 때 어머니 손에는 생선 비늘이 너덜거렸다. 본때 없어진 손이 뜻밖에도 응접을 받았다. 밥상 너머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에 대한 불만을 애써 쓴웃음으로 윤색한다. 가난으로 다져진 불퉁한 손 모양은 고단한 생의 아픈 표현이었다. 금팔찌 하나가 지난한 세월을 달래 줄 수는 없지만 얼굴은 웃음 빛이다. 분결 같은 손가락에 진주나 비취반지를 낀 여인을 보면 품격이 느껴졌다. 험상궂은 손가락에 금반지 두어 개 끼워진 여인에게선 자식들의 사랑이 보였다. 그렇게 생각했으면서도 정작 나는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큰아들이 해준 그것에 혈맥을 느끼며 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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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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