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장醬 / 변종호
감은사지 주차장에 왜소한 할머니 두 분이 앉아있다. 그을린 얼굴에 풋것을 뜯고 다듬느라 손톱 밑은 시퍼렇게 물이 들었다. 올망졸망 바구니에 담긴 것이라야 쑥 달래 머위 원추리가 있고 작은 유리병에는 누런 된장이 담겨있다. “나물 사 가이소”라는 할머니 말씀을 귓전에 얹고 폐사지를 둘러본다. 역병으로 찾는 발길이 뜸한데도 맥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한 할머니가 서른여섯 해 전 이승의 끈을 놓으신 어머니로 겹쳐진다. 오래 길들어진 탓인지 된장을 유독 좋아한다. 그것도 어머니가 담았던 그런 된장이 입에 맞는다. 대가리와 똥을 떼어낸 다시 멸치 대여섯 마리에 어슥어슥한 썬 무, 청양고추, 대파에 된장 한 숟갈을 넣고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찌개는 매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상추쌈이나 풋고추도 들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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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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