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림 / 김창수
기억에서 지워진 이름인 줄 알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멍해졌다. 억새만 서걱대던 마음 밭에 금세 봄풀이 산들댄다. 무서운 게 정이라 했던가. 애증도, 희비도 때로는 꼬이고 엇갈리는 게 인생사인가 보다. 어린 시절 네댓 살 위의 누나를 둔 친구가 둘 있었다. 두 처녀는 닮은 데가 많았다. 같은 또래로 맏딸에다 여고 졸업 후 가사를 돕기 위해 상급 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서로 라이벌 의식도 강했다. 소처럼 일했고, 동생들 공부도 가르쳤다. 친구가 부러웠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척스러운 그들도 어느새 혼기가 찼다. 번듯한 신랑감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어느 날, 중매쟁이가 A 처녀 집을 찾아 마을로 들어섰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B 처녀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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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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