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깊은 상처 심고 도망친 바실리 칸딘스키 / 구활
버킷 리스트에 써둔 ‘유선여관 일박’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대둔사 입구 너부내 개울가에 있는 그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싶었다. 매일신문에 ‘구활의 풍류산하’를 5년 넘게 연재하던 중에 눈 오는 겨울 하룻밤을 유선여관에 머무는 행운을 잡았다. 그날 내린 눈은 준 폭설에 가까웠다. 소나무 가지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어지며 내지르는 소리가 음악처럼 느껴졌다. 현대음악에서 피아노를 때려 부수는 소음처럼 신나게 아름다웠다. 새우깡 안주로 투명한 소주를 엎드린 채 홀짝거리고 있으니 눈 내리는 밤은 멋진 콘서트홀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때 마침 칸딘스키가 그린 ‘인상 Ⅲ-콘서트’란 추상화가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칸딘스키는 친구인 빈 출신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의 콘서트에서 들었던 음악, 그 소리의 감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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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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