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냉장고 / 류영택
윙 소리를 내며 냉장고가 돌아간다. 이십오 년을 고장 한 번 없이 늘 한결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냉장고를 들여놓던 날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다. 아내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어머니는 아이의 포대기를 든 채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배고픈 줄도 모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보통날이 아니었다. 오늘부로 문간방 류 씨라는 호칭에서 놓여나는 날이었다. 아내와 나는 문간방에서 몇 년을 사글세로 살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보다 정작 고생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삼칠일이 지나고부터 아내가 다시 직장에 나가게 되자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게 됐다. 좁아빠진 단칸방에서 식구 넷이 생활을 하다 보니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지만, 어머니는 노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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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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