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발소 / 이재훈
우리 동네 입구에는 허름한 이발소가 하나 있다. 출입문 위에는 란 조그만 함석 간판이 삐딱하다. 처음 나도 그 ‘월드’란 단어가 거슬렸다. 한옥을 개조한 이발소의 규모나 외양에 비해 너무 과장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페인트는 언제 칠했는지 곳곳이 녹물자국으로 얼룩져 있고 문짝은 아귀가 안 맞아 쥐가 드나들 것 같다.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이발소 표시등만이 이발하러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동네로 이사 오면서부터 이곳에서 이발을 한다. 처음 왔을 때 생각이 난다. 문을 열자 나를 맞은 건 싸구려 향수 냄새와 비누 냄새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지린내 같은 세월의 냄새가 그 밑에 숨어 있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희뿌연 거울 위에 걸려 있는 두 개의 액자였다. 밀레의 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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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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