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이 / 피천득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암만 되불러도 나오지를 않으니 전신줄이 끊어졌나 보다. 나는 어두운 강가로 나왔다. 멀리서 대포 소리가 들려온다. 이따금 기관총의 이를 가는 소리도 들린다. 잡북 쪽을 바라다보니 볼케이노 터지는 남양의 하늘보다 더 붉다. 그리고 쉬일새없이 번개 같은 불이 퍼졌다 스러진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방으로 들어갔다. 겨울 방학이므로 학생들은 다 집에 돌아가고, 나하고 남양에서 온 사람 몇만이기숙사에 남아 있었다. 이불을 쓰고 드러누웠다. 여전히 대포 소리, 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러 번 몸을 뒤채도 잠은 들어지지 않았다. 아까 전화로 들은 그의 음성이 나를 괴롭게 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금 총에 맞아서 쓰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 불붙은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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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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