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
산양 / 이건청 아버지의 등 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나 낭림산맥인 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은 모두가 아버지인 줄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 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
시詩 느낌
2021. 8. 1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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