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봄 / 하병주
어지러웠다. 오랜만에 화창한 햇볕을 대하니 너무 눈부시고 현기증이 났다. 그대로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일어나면 그만이고 별로 문재 될 것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그런 모습이 남의 눈에는 크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왜 그러세요, 도와드릴까요?” 눈을 들어보니 20대로 보이는 아가씨가 나의 팔을 잡고 흔들면서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해서야 그 아가씨는 제 갈 길을 갔다. 회색 바지에 베이지색 코트를 걸치고 머릿결이 뒷목을 덮은 키가 훤칠한 아가씨였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가씨가 내 곁에 머문 시간은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게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요즘은 길을 가다가 약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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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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