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서술법 / 박영란
걸음을 멈췄다. 눈길을 잡은 것은 가게 유리창에 붙여진 메모였다. '3월 8일부터 3월 16일까지 신혼여행 갑니다. 3월 17일부터 정상 영업합니다. 죄송합니다.' 가게를 닫게 된 주인장의 이런 사정을 보자 싱긋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가던 길을 쉬 가지 모하고, 다시 글을 읽고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여 집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뭐하는 가게지? 실내는 깜깜해서 요량할 수 없었다. 몇 발자국 물러나 간판을 살폈다. 간판이랄 것은 없었고 '파스타' '피자'라고 쓴 영문의 글자들이 유리창 위쪽에 포스팅되어 있었다. 출입문도 유리를 끼운 나무틀의 미닫이문이었다.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간이 분식집 같은 인상이었다. A4 용지에 인쇄를 한 것도 아니고 손글씨를 써서 친절하게 자신의 근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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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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