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으면서 / 최규풍
두 달 보름 동안 봄 가뭄이 심하다. 그런데도 잡초는 끄떡하지 않는다. 가뭄을 타기는커녕 더 억세어졌다. 오늘 쪽파 밭에 무수히 돋아난 잡초가 한눈을 판 사이에 무성하여 뽑았다. 톱칼로 뿌리를 베고 쪽파는 다치지 않게 손으로 사이사이에 파고 든 잡초를 뽑았다. 잡초의 뿌리가 파의 뿌리를 휘감고 거름을 빼앗아 먹고 있다. 쪽파는 힘도 못 펴고 핼쑥하다. 머지않아 쪽파가 잡초한테 파묻힐 지경인데 오만하고 기세등등하던 잡초를 뽑아버리니 마치 복통을 일으키던 뱃속의 회충이 없어진 것처럼 내 마음조차 개운하다. 좀 일찍 뽑아주지 않은 것을 쪽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 잡풀에 가려 겨우 숨을 쉬는 쪽파가 주인을 향해 나무라는 것 같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가물고 덥고 미세먼지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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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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