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종소리 / 신태순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종소리를 듣는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온 낯선 도시에서 성당의 종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비로소 내가 멀리 와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둠이 내리는 도시에 가뭇없이 밤이 깊어가고 휘황한 불빛들 사이로 길게 종이 울리면 분명 가슴 뛰는 은밀한 기쁨이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 식사와 야간 투어를 위하여 도심 속을 걸을 때 어디선가 저녁 종소리가 들려온다. 댕 댕 댕~ 맑고 긴 여운의 소리가 해거름 하늘로 오르고 있다. 저물 어가는 저녁 햇빛 속에 공간을 울리는 종소리는 나의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며 마음이 먼저 달뜨곤 했다. 종소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도 자주 나온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성당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어린 소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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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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