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단상斷想 / 이용수
가을비가 추적거린다. 온 산의 나무들이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산행을 하는 중에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없었다. 고스란히 비를 맞으니 옷이 흠뻑 젖었다. 추위와 싸우며 산을 내려왔다. 길가 전봇대는 빗줄기를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비를 그냥 맞는다. 비를 맞은 나무들은 선 자리에서 꽃과 잎을 피우고 가을이면 곱게 물들다가 겨울에는 이파리들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나무들도 전봇대처럼 선 채로 비를 맞는다. 나는 골목길에 서 있는 전봇대를 유심히 바라본다.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는 전봇대 아래였다. 여자 아이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가나 전봇대에 고무줄을 걸고 줄넘기를 하며 를 불렀다. 남자아이들은 전봇대에 등을 받치고 말뚝박기를 하면서 해 넘어가는 줄 모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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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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