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 김상용
거리를 나서면 초라한 내 집에 비해 너무 거만한 고루대하가 내 시야를 어지럽힌다. 이런 때에 위압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그 과대광적 거구를 민소해, 내 청빈을 자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지막한, 얌전한 집의 향이 남이요, 거기 아담한 뜰이 곁들여 있으면 내 마음은 달라져 문득 선망을 금치 못하니, 정원에 대한 애욕은 도시 천생의 내 업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뜰과 인생'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하니 이를 사랑하고 갈구함은 인간 자연의 성정이 아닐까. 인생의 안식처를 가정이라 하여 집과 뜰을 연결해 놓은 데 이미 무슨 심비한 의미가 은장 된 듯도 하다. 뜰 없는 집은 사실 내외 불화 이상으로 살풍경일 수 있다. 널찍한 뜰, 거기 몇 주의 고목이 서고 천석의 유아가 있고 화초마다 곁들여 심어졌다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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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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