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시인
나의 고래를 위하여 / 정일근 불쑥, 바다가 그리워질 때 있다면/ 당신의 前生은 분명 고래다// 나에게 고래는 사랑의 이음동의어/ 고래와 사랑은 바다에 살아 떠도는 같은 포유류여서/ 젖이 퉁퉁 붓는 그리움으로 막막해질 때마다/ 불쑥불쑥, 수평선 위로 제 머리 내미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고래를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다// 당신이 본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 누구도 사랑의 모두를 꺼내 보여주지 않듯/ 고래도 결코 전부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한순간 환호처럼 고래는 바다 위로 솟구치고/ 시속 35노트의 쾌속선으로 고래를 따라 달려가지만/ 이내 바다 깊숙이 숨어버린 거대한 사랑을/ 바다에서 살다 육지로 진화해온/ 시인의 푸른 휘파람으로는 다시 불러낼 수 없어// 저기, 고래!라고 외치는 그 순간부..
시詩 느낌
2021. 11. 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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