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모래에서는 비틀거리지 않는다 / 권명희
겨울 바다는 고독하다. 몽롱하던 봄의 입김도, 뜨겁게 달구던 여름의 정렬도, 가을의 낭만적 휘파람도 사라졌다. 냉기로 가득 찬 파도만이 거칠게 출렁이고 있었다. 그 소리는 흐느껴 우는 여인의 소리 같기도 하고 사자의 성난 소리 같기도 하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는 세상 소리를 모두 받아들인 아픔이었다. 검은 바위에서는 강한 마찰음이 이어졌다. 마치 성난 아버지가 내려치는 회초리의 힘과 잘못한 것이 없다고 버티는 당찬 아들의 갈등 같았다. 하늘로 치솟은 물기둥이 하얗게 부서지며 내려앉고 다시 전장을 갖추고 밀려들어 기어이 부서지고야 마는 파도가 온 바다를 멍 들여놓았다. 궤도를 벗어난 허전한 마음이 자리 잡지 못하고 폴폴 날아다녔다. 나의 항구는 어디쯤일까. 표류하는 마음을 잡아줄 항구는 어디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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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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