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들의 향연 / 최미아
물황태수라는 말이 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부처님 근처에 있는 듯하지만 신통치 않은 사람을 말한다. 남편은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나에게 한 번씩 물황태수라고 한다. 남편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살림 간섭을 가끔씩 하는데 오늘도 청소기 때문에 그 말을 들어야 했다. 청소기 브러시가 지저분해서 새것으로 사다가 바꾸라고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다. 오늘은 꽃잎 속의 가시처럼 그 말이 콱 가슴 속으로 와서 박혔다.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진정이 될 것 같았다. 촛불 밝힌 식탁에서 티타임의 모녀처럼 차라도 마시고 있었다든지 저물녘의 황홀 속에 빠졌다든지 꽃을 찾아서 어떤 나들이라도 갔다 온 뒤라면 웃으면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로의 성격을 지 알고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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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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