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베짱이의 마지막 연주 / 김우종
제13회 현대수필문학 대상 그해 여름이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것은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내가 '서대문 큰집'에서 돌아오던 여름에는 대통령 부인 육영수가 피살되고 세상은 더욱 험악해졌었다. 다음 해에 나는 수필집 《그래도 살고 싶은 인생》 과 평론집이 판매 배포 금지되고 경희대도 떠나게 되었다. 가깝던 문단 친구들도 멀어져 갔다. '철새들'이 다 떠난 자리에서 기약 없는 긴 방학이 시작되자 나도 가족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나는 한강 너머 양녕대군(讓寧大君) 묘 곁의 약수터로 이사했다. 그리고 날마다 손자 손을 잡거나 업어주며 약수터에 나가 앉아 멀리 한강 너머를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처서도 지나고 여름이 다 갈 무렵의 어느 날 저녁이다. 환한 형광등 불빛을 찾아서 방으로 귀여운 손님객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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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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