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의 꿈 / 정문숙
칼끝이 무디다. 거친 사포로 문지르고 고운 사포로 마름질하여 가지런히 옆에 놓는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작업에 나무판을 정리하다 칼을 매만지기만 반복한다. 서각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슷한 각도의 빗음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거실에 걸어둘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식구들이 자주 보는 곳에 걸어두고 풀어내기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무너지지 않는 용기를 북돋우고 타성에 젖어 안주하는 마음이 생길 때 깨우침을 줄 만한 글귀를 고르느라 고심한 끝에 이만한 게 없다 싶은 글귀를 찾아냈다. 질경이, 우리나라 전 국토에 뿌리를 내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식물의 대명사로 큰 울림을 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난다 하여 길경이 또는 차전자라고도 불린다. 봄 여름에 걸쳐 어린잎과 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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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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