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빗 / 강숙련
경주의 어느 콘도에 여장을 풀기로 했다. 체크 인 시간이 두어 시간 남았기에 몇 군데 민속공예점을 기웃거리다가 반가운 물건을 만났다. 그것은 살이 아주 가늘고 고운 진소(眞梳)였다. 얼레빗(月梳)과는 달리 대나무 살이 실낱같이 아주 섬세한 빗이다. 빗살이 촘촘하고 가지런하며 사방 모서리가 꽉 여문 것이 어느 모로 보나 야무지기 한량이 없다. 그래서 참빗이라 하였을까. 양쪽 귀퉁이에 질긴 실이나 끈을 탱탱하게 매어서 빗살의 간격을 더욱 죄게 해서 쓰던 참빗. 하마터면 이름조차 잊을 뻔했던 추억의 귀물(貴物)이다. 그러나 이제는 긴요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민속공예품이라는 고상한 차림새로 진열장 속에 들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소꿉동무가 귀부인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난 기분이다. 손가락 끝으로 가늘고 뾰족한 빗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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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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