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 떠나던 날 / 손광성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가운 철새들. 무얼 먹고 허기를 달래는지, 추위는 또 어찌 견뎌내는지 늘 걱정이 되면서도 겉보리 한 줌, 식빵 한 조각 나누어준 적이 없다.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로 흐르는 개울을 따라 나는 매일 아침 한가롭게 산책하고, 냄새 나는 2급수에서 새들은 분주히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잡히는 것 하나 없이. 쓸개를 핥듯 갯바닥을 훑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열 받았는지 수면을 박차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분노만큼의 높이었을까? 쇠오리는 쇠오리끼리, 꼬방오리는 꼬방오리끼리, 흰뺨검둥오리는 또 흰뺨검둥오리끼리 뭐라 듣기 좀 거북한 소리를 지르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 편대비행을 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몇 군데 요절을 내고 말 요량이었을까? 아니면 바닥부터 차곡차곡 적의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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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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