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할매 일기 / 이용미
장화 “아이고, 장화 한 번 신고 빗속에서 철벅거리면 묵은 체증이 내려갈 것 같은데….” “철부지 여편네….” 뒷말을 생략해 버리는 남편. 비가 올 것 같으면서 오지 않는 하늘을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쳐다보지만, 응답은 없다. 거실 한쪽에 놓인 장화가 “아직도 예요?” 하면서 쳐다보는 것 같다. 분홍색도 같고 연한 갈색도 같은 반장화다. 부슬비가 내리는 초여름 날 멋쟁이 친구가 신고 나온 진녹색에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진 장화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비슷한 것을 고르려고 여러 신발가게를 돌아다녔으나 헛수고로 고민하다가 인터넷 쇼핑 달인에게 부탁해서 사놓은 것이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비가 전혀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로 밤에 오거나 낮에 땅만 잠깐 적시는 정도로 감질나게 했다. 주차장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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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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