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오세윤
첫눈에, 그녀였다. 처녀 때 그대로의 가냘픈 몸피, 짧게 커트한 곱슬머리, 일자 눈썹 밑에 맑게 반짝이는 눈. 40년 세월은 간데온데없었다. 또박또박 걷던 걸음을 드티며 그녀가 누군가를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눈을 빛내며 조바심하듯 찾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순간, 직감으로 다가섰다. 뒤를 따라 오감이 진동자처럼 떨렸다. 식대를 지불하느라 일행 뒤에 처져 식당 안에 남아있던 나는, 숨이 멎었다. 그냥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손끝 하나 까딱 못하고 서서 앞 유리창을 통해 망연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오래오래 바라고 기다리며 꿈꾸던 유연한 해후의 순간이 바로 지금임을 나는 금세 알아차렸다. 와락 달려나가고 싶은 건 마음뿐 몸은 바위덩이라도 된 듯 움직여 주질 않았다. 목이 탔다. 피하듯 얼굴 마주치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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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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