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 정은아
핸드폰을 해지하러 대리점에 갔다. 주인 잃은 핸드폰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 해지 전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전원을 켰다. 다시 생명을 얻듯 불빛이 반짝였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잘못 누른 걸까. 재빨리 소리를 줄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음악 파일이 재생 중이었다. 꿈속에선 보이나 봐. 꿈이니까 만나나 봐. 그리워서 너무 그리워. 꿈속에만 있는가 봐. - ‘부활’의 노래. ‘생각이 나’ 남편의 핸드폰은 다시 살아나 노래를 불렀다. 가슴이 일렁거렸다. 눈물샘은 버티지 못하고 터졌다. 대리점 안은 고객들로 소란스러웠고, 아무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숙여, 흘러내린 머리카락 안으로 숨었다. 가려진 작은 공간에서 노래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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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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