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오는 전화 / 반숙자
서산 마루에 낙조 드리우고 땅거미 내리는 시각이면 막연히 기다리는 전화가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있어 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데도 전화를 기다리는 것은 산영 선생이 준 선물이다. 내가 서울에 살 때, 선생은 사무실을 차리고 출퇴근한 일이 있다. 해질녘이면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하면 "지금 뭐하세요?" 하는 나지막한 목소리. 저녁밥을 짓다가 물 묻은 손으로 수화기를 잡으면 목소리보다 먼저 전해지는 울림이 있었다. 나는 짐짓 딴청을 피우며 왜 퇴근을 안 하느냐고 되묻고는 했다. 그간 우리의 만남도 적잖은 시간이 쌓였다. 어렸을 적 친구같이 만만하지 않고 젊은 날 친구처럼 뜨겁지는 않아도 가랑비에 옷 젖듯 정이 들었나, 어떤 날은 글 스승으로, 사모하는 연인으로, 또 어떤 날은 동기간 같은 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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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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