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유정기鄕土有情記 / 노천명
밤 기차가 가는 소리는 흔히 긴 여행과 고향을 생각하게 해준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정거장 대합실에 가서 자기 고향 이름을 외치는 스피커의 소리를 듣고 온다는 탁목(琢木)이도 나만큼이나 고향을 못잊어 했던가보다. 아버지기 손수 심으신 아라사 버들이 개울가에 하늘을 찌를 듯이 늘어서 있고 뒤 울안에는 사과꽃이 피는 우리집. 눈 내리는 밤처럼 꿈을 지니고 터키 보석 모양 찬란했다. 눈이 오면 아버지는 노루 사냥을 가신다고 곧잘 산으로 가셨다. 우리들은 곳간에서 강난콩을 꺼내다가 먹으며 늦도록 사랑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수염 덥석부리 영감에게 나는 으레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다. 그러면 영감은 "어제 장마당에 가서 팔고 와서 없어." "아이 그러지 말구 어서 하나만." "이거 또 성화 났군. 그렇게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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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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