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밟다 / 장미숙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금상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니 바람이 일어서는 모양이다.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바람은 어느새 ‘어름사니’*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 그녀와 힘겨루기를 하는지 잠시 주춤하던 바람은 어름사니의 손에 잡혀버린 듯 이내 잠잠하다. 바람을 휘어잡은 그녀의 두 팔이 허공(虛空)을 자유롭게 노닌다. 발밑에 밧줄이 휘청, 흔들릴 때마다 어름사니의 몸도 휘청, 허공을 붙잡는다. 부채를 든 오른손이 리듬을 타면, 그녀는 허공의 등을 밟고 우뚝 선다. 사붓사붓 밧줄에 놓는 발걸음은 땅 위에서보다 더 가벼워 보인다. 관객들은 아찔한 상황을 애써 지우려는 듯, 힘차게 박수를 보낸다. 어름사니가 밧줄 위에서 훌쩍훌쩍 뛰어오를 때마다 관객들의 가슴은 들렁들렁한다. 매호 씨’** 와 주고받는 재담으로 흥을 북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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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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