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허영자 어머니의 기도 말이 바뀌었다 평생 이웃과 가족을 위하여 올리던 기도 비로소 자신을 위하는 간절한 기도가 되었다. "하느님 좋은 날 좋은 시에 누구에게도 폐 끼치지 말고 잠자듯 가만히 저 세상 가게 하소서. 어머니 말씀 / 허영자 고개 수그리고 걷는/ 겨울바람 속에/ 어머니 가만한 말씀 들려온다// “얘야 차 조심하거라”// 갈 곳 몰라 비틀거리는/ 외로운 저녁답/ 어둠 속에 어머니 음성 들려온다// “얘야, 마음 편한 것이/ 제일이다”// 옛날 그 옛날엔/ 잔소리같이 들리던 말씀/ 옛날 그 옛날엔/ 쓸데없는 걱정같이 들리던 말씀// “녜! 어머니/ 차 조심 하겠습니다/ 녜! 어머니/ 욕심없이 마음 편히 살겠습니다.”// 사모곡(思母曲) / 허영자 1 은(銀)나비// 손톱 발톱 잦아지게/ ..
가까운 지방에서 발간되는 문예지에서 원고 청탁이 왔었다. 신작시 두 편을 보내 달라는 청탁이었다. 작품을 보내고 얼마 후 발간된 잡지를 받았다. 그리고 택배 물품 한 개가 도착하였는데 바로 그 잡지사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의아해하며 묶음을 풀어보았더니 안에서 나온 것이 뜻밖에도 소주 수십 병이었다. 작고 납작한 플라스틱병이었지만 숫자가 많다 보니 꽤 무거웠을 뿐만 아니라 부피도 상당하였다.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 깜짝 놀랐지만 곧 웃음이 나왔다. 원고료 대신 보내온 것이 소주라니 아마도 그 잡지사 사장님이 양조장 주인이거나 아니면 소주 회사에 근무하거나 하여서 이런 물건을 보낸 것이려니 혼자 생각하였다. 그렇지 않다면야 소주 못 먹는 여자 시인인 나에게 일부러 이런 선물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
불볕이 내리쪼이는 「골고타」 언덕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두 사람의 도둑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이 말씀을 마지막으로 예수는 숨을 모으셨다. 그의 희생은 만민을 사랑하는 증거였고 그가 짊어진 십자가에 의하여 인류는 죄를 보속 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예수의 십자가는「구원」이라는 크나큰 의미를 지니는 빛이요 다른 한편 피와 땀으로 얼룩진「전 인류의 죄」라는 무거운 무게를 지닌다. 그런데 우리가 신약전서를 잘 읽어보면 이 무거운 예수의 십자가가 거의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십자가를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것은 누구의 십자가였을까? 살로메라는 고혹적인 여인의 유혹을 받은 선지자 요한의 십자가였을까? 예수를 재판하기를 몹시 꺼려하였던 총독 빌라도의 십자가였을까? 아니면 대제사장 가야바스? 혹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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