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 손경찬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한 그림 앞에 섰다. 백발을 흩날리며 눈을 부릅뜬 늙은 여인의 그림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여자의 일생’이라는 말이 나왔다. 가슴과 얼굴은 그녀의 살아온 자국처럼 온통 검버섯으로 덮여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서 그 무엇이 목줄을 타고 위로 올라오지만 입은 꽉 다물고 있다.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 그것은 다시 코로 올라가고 눈으로 갔다. 피눈물이 맺힌 눈과 흐르는 피를 막지 못하는 코가 대신 말을 한다. 그림은 여인의 자글자글한 주름의 세월만큼 참아 온 한을 담고 있다. 그녀의 표정을 빌어 작가는 세상의 아픔을 얘기한다. 그 그림을 그린 김성룡. 나는 그를 미친놈이라 부른다. 십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반 미친 것처럼 보였다. 예사롭지 않은 그의 그림을 우연히 보고 반년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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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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