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단소 / 박지영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동상 “여보! 큰일났어. 다육(多肉)이들이 이상해!” 새벽 5시 반, 언제부턴가 아침잠이 없어진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5시 반이란 시간은, 나에겐 잠을 자야하는 새벽인데 남편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오전을 의미한다. 못 들은 척, 달아나버리려는 잠을 꽉 붙잡으려고 이불을 머리까지 푹 눌러 덮었다. 재촉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자긴 틀렸구나 싶어 비몽사몽 베란다 화분 쪽으로 가보았다. 다육이들이 이상하다. 싱싱하던 푸른 잎들은 누런빛을 띄고, 오동통하던 줄기들도 힘이 없다. 그 다육이들은 화분 잘 키우기로 자칭 타칭 재야의 고수인 친구가 몇 달 전 우리 부부에게 준 것이다. 정년퇴직도, 명예퇴직도 아닌 희망퇴직을 한 남편을 걱정하는 내게, 위로 대신 건넨 선물이다.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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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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