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고 뱀이 눈 뜨면 / 이혜숙
“휘익, 휘익.” 뱀이 보내는 신호다. 한밤의 검은 휘장을 찢는 소리, 무겁게 내리누르던 적막을 걷어 올리는 소리, 잠잠한 대기를 휘저어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 나에게는 그것이 봄이 왔다는 신호다. 3월 26일 새벽 3시. 작년보다 이틀이나 늦었다. 날짜를 확인하면서 먼저 든 생각. 작년엔 3월 24일에, 그 전해엔 3월 25일에 그 소리를 들었다. 날짜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해의 3월은 그날이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자투리 날들은 4월에 이어 붙인다. 내 달력엔 4월 35일인 해도 있고 4월 37일인 해도 있다. 봄을 맞이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다른 사람은 남녘의 꽃소식으로,아니면 달라진 기온으로 봄을 느끼겠지만, 나는 다르다. 뱀이 신호를 보내야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휘이익” 밤에 듣는 짧고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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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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