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과 원문 넘어가지 않던 밥도 마주 앉아 먹으니 한 술 더 먹게 되고, 밍밍하던 시골 막걸리도 마실수록 맛나다. 少食輒防喉 對案飯加匕 村醪薄無過 屢觴覺轉美 소식첩방후 대안반가비 촌료박무과 누상각전미 - 이민구(李敏求, 1589〜1670), 『동주집(東州集)』4권 「희신랑래회(喜申郞來會)」 해 설 이민구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洲) 또는 관해도인(觀海道人)이다. 『지봉유설(芝峯類說)』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수광(李睟光)의 아들이다. 진사시와 증광문과(增廣文科)에서 모두 장원한 실력자다. 이괄의 난이 평정된 뒤 36세의 나이로 경상도 관찰사에 임명되는 영예를 누렸지만,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가 함락되자 문책받아 평안북도 영변에 유배되었다. 영변에서 7년, 아산에서 3년의 유..
번역문과 원문 올해의 실패에 마음이 놀라 쓸쓸한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네 계룡산 겹겹 구름에 산의 푸른 빛이 묻혔고 금강의 층층 파도에 차가운 소리가 울리네 온갖 마귀 나를 괴롭혀 내 운명이 궁해지고 모든 일이 어그러져 이번 삶이 개탄스럽네 북쪽으로 집을 향해 겨우 눈길 보내는데 저물녘 비바람에 돌아가는 길이 어둑하네 썩은 선비 과거에 떨어져 정신이 놀라고 출세를 기약했건만 또 이루지 못했네 계룡산에는 낙엽 시들어 바위가 보이고 웅진(熊津)에는 바람 급해 파도 소리가 철썩인다 주머니 속의 시초는 천 편이나 많은데 거울 보니 센털이 양 살쩍에 돋아났네 여윈 말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자꾸 발만 구르더니 황혼에서야 목주(木州)로 가는 길에 오른다네 今年落魄客心驚 금년락백객심경 孤館通宵夢不成 고관통소몽..
번역과 원문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스스로 뽐내면서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螗蜋自愛滾丸, 不羨驪龍之如意珠. 驪龍亦不以如意珠, 自矜驕而笑彼蜋丸. 당랑자애곤환, 불선여룡지여의주. 여룡역불이여의주, 자긍교이소피낭환.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舘全書)』 권63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해 설 이 글은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 거의 같은 구절이 실려 유명하지만 이덕무의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먼저 보인다. 「낭환집서」에는 “말똥구리는 자신의 말똥을 아끼고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으며,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 하여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蜣蜋自愛滾丸, 不羡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
번 역 문 이런 방법으로는 군역을 영구히 벗어날 수 없으므로 온 종족이 재물을 모아 족보를 위조하는데, 성(姓)만 같으면 관향(貫鄕)이 어디인지는 구분하지도 않은 채 부조(父祖)를 바꾸고 파계(派系)를 거짓으로 칭하여 향리에서 으스대며 스스로 반족(班族)이라고 일컬어 윤리를 손상하고 풍속을 무너뜨립니다. 그러다가 역을 져야 할 때가 되면 많은 종족이 한꺼번에 일어나 도포를 입고 비단신을 신고서 족보를 안고 관청의 뜰에 들어가는데 족보는 진귀한 비단으로 싸고 장황(粧䌙)이 찬연합니다. 그것을 가져다 살펴보면 모두가 이름난 석학의 후예이거나 훈벌(勳閥)의 후손이므로 수령들은 진위를 구별할 수 없어 일률적으로 면제해 주기 때문에 조금 부유한 백성은 모두 한가로이 놀게 됩니다. 그러나 군액(軍額: 군사의 정원)..
번역문과 원문 걸인이 부처요, 부처가 걸인이니 처지를 바꾸어 공평히 보면 모두가 한 몸이라. 불상 아래 뜰 앞에서 사람들은 떠받드는데 걸인과 부처 중에 누가 진짜인 줄 알리오? 乞人如佛佛如人 걸인여불불여인 易地均看是一身 역지균간시일신 佛下庭前人上揭 불하정전인상게 乞人尊佛辨誰眞 걸인존불변수진 - 권섭(權燮, 1671~1759), 『옥소고(玉所稿) • 시(詩)』 13 「거지라고 업신여기지 말라[乞人不可慢視]」 해 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안 그래도 심해지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2020년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임금노동자 11만 3천 명이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비정규직, 그 가운데..
번 역 문 내가 풍악산에 유람 갔을 때이다. 하루는 혼자 깊은 골짜기로 몇 리쯤 걸어 들어가다가 작은 암자 하나를 만났는데, 가사를 입은 노승이 반듯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내가 말했다. “불가의 묘처는 유가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왜 굳이 유가를 버리고 불가에서 찾으십니까?” “유가에도 마음이 부처라는 말이 있습니까?” “맹자가 성선을 논할 때 반드시 요순을 말씀하셨지요. 이것이 ‘마음이 부처’라는 말과 무어 다르겠소. 다만 우리 유가의 이치가 현실적일 뿐이오.” 노승이 수긍하지 않고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비색비공(非色非空)은 무슨 말이오?” “이 또한 지나간 경계입니다.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것은 색입니까. 공입니까?” “비색비공은 진..
번역문과 원문 여름 / 황현 사람 사는 땅을 멀리 벗어난 듯하니 시냇물이 콸콸 쏟아지는 때로다 향기로운 석류꽃 내음은 늦모종을 재촉하고 똑똑 오동나무 물방울은 새 시를 적시누나 이어진 장마에 소와 양은 늘어져 있고 궁벽한 시골 마을에 열매는 더디 익는다 맑게 갠 한낮의 한바탕 꿈 남들은 참말로 몰라야지 㢠似離人境 형사리인경 溪聲最壯時 계성최장시 榴薰催晩稼 류훈최만가 桐溜滴新詩 동류적신시 積雨牛羊倦 적우우양권 窮村蓏果遲 궁촌라과지 一回淸晝夢 일회청주몽 端不許人知 단불허인지 - 황현(黃玹, 1855~1910), 『매천집(梅泉集)』 제1권 「갠 여름날[夏晴]」 해 설 참 많이 예민한 시절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보건위기에 더해 날은 또 무덥고 습하다. 무리와 어울려 운치 있게 탁족하는 맛도 시원한 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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