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마을에서 / 김정근
돌담 위에 소담스레 쌓인 눈을 참 오랜만에 본다. 담장 아래 뒹구는 강아지 똥도 모처럼 예쁜 눈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삼월 하순에 이곳에서 함박눈을 보게 되다니. 계절을 넘어선 몽환적인 풍경에 속절없이 분주했던 몸과 마음을 눈송이에 실어 살포시 내려놓는다. 모처럼의 눈 소식에 안동의 시골 마을 조탑리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름다운 설경에 대한 기대와 눈처럼 순수하고 따뜻했던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흔적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순백의 무채색 세상이 펼쳐진다. 고샅길에 들어서니 문득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대로 이 풍경 속에 머물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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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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