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와 도다리 / 최민자
오억 오천만 년 전, 세상은 일테면 장님들의 나라였다. 캄브리아 대폭발로 진화의 포문이 열리기 전까지, 느리고 평화로웠던 저 식물적 시대는 눈의 탄생이라는 지구적 사건으로 시나브로 종결되어 버린다.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빛을 이용해 시각을 가동하기 시작한 동물들은 생명의 문법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조용했던 행성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 포식과 피식의 격전지가 되어갔다. 먹히지 않기 위해 외피를 강화하거나 지느러미를 발달시키고, 사냥을 위해 힘센 앞발과 송곳니를 장착하는 등 군비경쟁이 시작되었다. 공격과 방어, 양수겸장의 초병으로서 눈의 역할이 지대해졌다. 한번 켜진 빛 스위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눈이 다섯 개나 달린 녀석도 생겨났다. 캄브리아 중기에 살던 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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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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