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멍 / 이행희
올망졸망 크고 작은 칸이 연결된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가 바쁘게 뒤따라간다. 마지막 칸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더니 이무기가 되어 날아오른다. 그 뒤를 멧돼지 한 마리가 쫓아가더니 흩어져 사라진다. 거실 창가에 앉아 하얀 구름이 벌이는 쇼를 보고 있는 중이다. 언뜻 보면 누군가 커다란 솜뭉치를 맘대로 뜯어서 던져 놓은 듯한 형상인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계속 움직이며 천변만화한다. 여고시절 우리 학교가 전국체전 매스게임을 맡게 되었다. 매일 운동장에 집합하여 땡볕에서 맹훈련을 하였다. 두 팔과 두 다리를 쭉 뻗고 제자리에 눕는 자세가 있었다. 등을 땅바닥에 대고 눕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같은 반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사라졌다. 파란 세상에 몇몇 하얀 조각들이 둥실 떠 있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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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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