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에 대한 고찰 / 고옥란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은상 할머니 가슴에 뚫린 구멍은 오직 당신만이 볼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심장을 관통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 중 행방불명된 아들 덕주 때문에 생겨난 구멍은 해마다 깊어지고 넓어졌다. 가끔 그 구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구멍이 점점 더 넓어져 할머니를 삼켜버리는 건 아닐까, 할머니가 그 구멍 안으로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할머니가 입을 벌리고 잠들어 있었다. 벌린 입 사이로 할머니의 생이 드나들었다. 들숨으로 할머니에게 덕주가 들어갔고 날숨 속에 할머니 안의 덕주가 나왔다. 뼈만 앙상한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할머니가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연명을 위한 단순한 반복처럼 보였다. 말이 드나드는 구멍인 입으로 한탄, 체념, 절규의 언어가 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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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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