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묻는 일 / 하재열
“요즘은 길 묻는 사람도 없어.” 옆 노인장이 불쑥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동의를 구하듯 힐끗 날 본다. 산행길의 중간쯤으로 산 아래가 멀리 트여 모두 땀 식혀 가는 곳이다. 나도 그도 배낭을 풀어 허기를 때우고 있었다. 뜬금없다 싶어 쳐다보는데 앞쪽에 앉은 청년들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비탈길 억새 사이에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다. 산에 함께 오르고도 서로 눈길은 옆이 아니고 앞으로 더 쏠린다. 손에서 떼어내면 죽기라도 할 듯 기를 쓰고 가지고 다닌다. “제 갈 길 거기에다 묻고는 다 찾아가버리니 나 같은 사람에게 길 물을 일이 있겠느냐”며 일갈한다. 요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날로 돌연변이 튀어나오듯 얼굴 바꾸며 출현하니 사는 일이 때론 어지럽다. 사람의 일을 앗아 간다고 술렁댄다. 제가 만들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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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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