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싱개 / 최태랑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이 점점 짜진다. 아내의 변명을 빌리자면 차린 반찬이 줄지 않아 자꾸 데우고 끓여서 그렇단다. 아니다. 아내의 기억력 때문이다. 아내는 금방 간한 것을 까먹고 여러 번 간을 한다. 그러니 간이 짜질 수밖에, 매번 똑같은 변명을 하는 아내가 측은하기 그지없다. 날이 갈수록 해마(뇌)가 줄고 알약 숫자는 늘어난다. 의사는 유전인자 때문이라 하는데 실은 내 탓인 것 같아 죄스럽다. 군인이었던 나를 따라 전후방 각지를 돌아다니며 이삿짐을 수도 없이 묶고 푸는 사이 내조의 병이 돋은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든다. 모처럼 같이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 노점상 할머니가 파는 봄나물 냉이가 보였다. 서너 발자국 뒤따라오던 아내가 뜬금없이 나싱개를 캐러 가잔다. 아내가 말하는 나싱개란 냉이를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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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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