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증명하라 / 박현기
아버지는 다섯 권의 시집을 남기셨다. 그중 1952년에 발간한 ‘전설’이란 시집은 말로만 듣다가 얼마 전 온 집안을 다 뒤져 겨우 한 권을 찾았다. 아버지 이십 대 초반이니 칠십여 년이 흘렀는가 보다. 육군방공포병학교 정훈부에서 발행했는데 등사판 포켓용이다. 손바닥만 한 것이 누렇게 변색되어 금방 바스라 질 것 같다. 당시 포병학교장이던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의 주역 김계원의 발문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머지 네 권도 정식으로 인쇄는 했지만, 오래되어 많이 낡았다. 어린 시절 나도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과 열정의 부족으로 꿈은 그냥 꿈으로 일찌감치 끝났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시를 찬찬히 음미해가며 정독한 적이 거의 없다. 아버지의 시는 대부분, 젊은 내게는 식상한 그저 그런 단어와 발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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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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