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수저 / 이부림
부엌이 내 차지가 되었을 때 먼저 눈에 띈 것이 한 개의 놋숟가락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놋그릇이 겨울철 식기였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놋숟가락 한 개가 밥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허드재비로 푸대접을 받고 있어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나무주걱을 오래 쓰면 한쪽이 닳아서 비뚤어지듯 구리 10분에 아연 3을 섞어 만든 단단한 쇠붙이인 놋숟가락도 거의 직선으로 기울어져 사용하기에는 더욱 편리했다. 양은 솥 바닥에 고소하게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거나 냄비를 태웠을 경우 검댕이를 떼어 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고향 시골에서도 가마솥의 누룽지를 이 숟가락으로 긁었으리라. 나물을 볶을 때면 묵직하고 튼튼한 놋숟가락이 손에 척 붙는 맛이 있어 어떤 주걱보다 편했다. 양념이나 반찬을 옮겨 담아도 스푼보다 놋숟가락을 먼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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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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