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속에 앵무새가 산다 / 고경서(경숙)
어항 물갈이를 했다. 열대어들이 죽고 말았다. 수면 위로 떠오른 물고기들이 나를 원망하는 것 같다. 뜰채로 건져 쓰레기통에 버리고 창밖을 기웃거린다. 딸아이가 돌아올 시간이다. 오랜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물고기 키우는 재미로 대신한다는 말에 마음이 켕긴다. 상경한 날부터 집안일에 옷매무새까지 내 잣대를 대고 눈칫밥을 먹이자 "바야흐로 엄마의 눈치시대가 도래했다."며 흘끗거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양새를 남편이 본다면 "참, 당신은 눈치가 없어서 탈이야."라며 또 눈치 없이 끼어들 게 뻔했다. 나는 눈치에 둔감한 편이다. 아니, 너무 예민한지도 모르겠다. 눈치가 나보다 힘이 더 세서 굽실거릴 때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보니 눈치를 보는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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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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