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이 되면 아내가 있는 가게로 향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화분에 물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내가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화분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다. 맨 먼저 하는 일은 난 화분을 물속에 담가 놓는 것이다. 오늘따라 눈길이 가는 것이 하나 있다. 겨우 한 촉만 살아남은 쓸쓸한 동양란이다. 탁자 위에 볼품없는 화분을 얹어두고 가만히 눈 맞춤을 한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날씨 탓인지 만감이 교차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 흘렀다. 가게를 개업할 때 선물로 받은 화분이 아직도 여럿 남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애착이 가는 것은 늙고 깡마른 난이다. 투박한 서양란에 비하면 동양란은 몸매가 매끈하고 길쭉한 모습이 사대부집 아기씨처럼 고고하고 품격이 있다. 이젠 세월의 무게 탓인지 예전의 아리따운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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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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