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부터 형광등이 켤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스위치를 올리면 한두 번 끔뻑거린 뒤에야 불이 들어왔다. 그러던 게 오늘은 아예 반응이 없다. 의자를 놓고 형광등을 떼어 보니 양쪽 끝이 거무스름하다. 백열등보다 느린 녀석이 제 긴 몸에 불을 당겨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다크서클'이 짙다. 이젠 불을 끌어오지 못하지만, 일하는 내내 뜨거웠을 형광등의 몸체를 잠시라도 선선한 곳에 눕혀준다. 내가 형광등의 다크서클을 예사로 봐 넘기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남편이 두어 달 걸리는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늘 그의 눈 밑부터 살폈다. 눈 밑이 맑고 깨끗할 때가 별로 없었다. 거무스름하거나 심할 때는 푸르죽죽하기까지 했다. 얼굴이 왜 이렇게 되었냐고 하면 "이만하면 미남이지...
수필 읽기
2021. 3. 18. 08:3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