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프다 며칠을 몸살감기로 꼬박 앓았다. 손발 꼼짝 못하고 죽을 듯이 누워있어 보기는 처음이다. 남편 혼자 밥을 챙겨 먹었다. 내게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묻고, 이런저런 음식을 해주거나 사다주었지만, 음식 생각만 해도 입덧을 하듯 속이 울렁거렸다. 보리차로만 연명하기를 며칠, 어느 아침에 내 몸이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어렴풋이 보내왔다. 고프다. 아, 살아나는 거구나. 식욕은 숭고한 거구나. 그렇다면 형이하학적 욕구나 욕망이란 단어에 보냈던 경멸은 거둬들여야 한다. 정신은 고고한 것이고 육신은 비천한 것이라 여겼던 형이상학적 욕망이야말로 얼마나 어쭙잖고 편협한 오만이었던가. 먹을 것이 없어 ‘고프다’를 채우지 못하면 인간만이 지킬 수 있는 존엄성도 허물어진다. ‘고프다’엔 생명의 무게가 실려 있다...
# 고프다 며칠을 몸살감기로 꼬박 앓았다. 손발 꼼짝 못하고 죽을 듯이 누워있어 보기는 처음이다. 남편 혼자 밥을 챙겨 먹었다. 내게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묻고, 이런저런 음식을 해주거나 사다주었지만, 음식생각만 해도 입덧을 하듯 속이 울렁거렸다. 보리차로만 연명하기를 며칠, 어느 아침에 내 몸이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어렴풋이 보내왔다. 고프다. 아, 살아나는 거구나. 식욕은 숭고한 거구나. 그렇다면 형이하학적 욕구나 욕망이란 단어에 보냈던 경멸은 거둬들여야 한다. 정신은 고고한 것이고 육신은 비천한 것이라 여겼던 형이상학적 욕망이야말로 얼마나 어쭙잖고 편협한 오만이었던가. 먹을 것이 없어 ‘고프다’를 채우지 못하면 인간만이 지킬 수 있는 존엄성도 허물어진다. ‘고프다’엔 생명의 무게가 실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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