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몰락하고 있네 / 김은옥
봄빛이 고향집 화단에 피어있던 산매를 보내왔다. 연분홍빛 볼을 청 초히 숙이고서 부끄러운 듯 슬픈 듯 흔들리던 매화. 겹고광나무라고도 하고 산옥매라고도 한다는데 어쨌거나 나는 고향집 산매화가 참 좋았다. 요즘은 때를 혼동한 진달래 철쭉 벚꽃 산수유 튤립 장미 등이 시도 때도 없이 앞 다투어 피어난다. 달력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말을 듣다가 김수영 시인의 팽이( 中)가 떠올랐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 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는 시 구절. 몇 천 년 된 달력. 그 몇 천 년 사이 달과 지구 궤도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꿈과 희망과 인류문명을 가능케 했던 달이 조금씩 조금씩 지구로부터 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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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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