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언니 담배 꽃 본적 있어요? 너무 예뻐요.” 휴대폰 속의 사진을 보여주며 s가 묻는다. 그 속에는 부케를 연상시키는 한 다발의 소보록한 분홍색 꽃이 화면가득 피어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꽃이다. 행운과 축복의 상징인 부케로는 결코 쓰일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아는 내 몸이 부르르 떨린다. 내가 휘두른 무딘 낫 끝에서도 맥없이 스러지던 단아한 꽃송이가 눈앞을 스쳐갔기 때문이다. “꽃이야 다 이쁘지.” 심드렁한 내 대답에 무안한지 그녀는 딴 것으로 화재를 돌렸지만 나는 이미 한 쪽으로 밀쳐 두었던 과거를 내 앞에 당겨 놓았다. 내가 갓 새댁으로 불리던 때 시어머니와 겨끔내기로 꺾어버려야 했던 꽃이었다. 이제 막 벙글기 시작한 꽃자루를 사방으로 오종종 매달고 있는 굵직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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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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