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의 언어들 / 박금아
숨소리도 미동도 없다. 턱없이 작은 입은 침묵이 지은 집이다. 오른쪽으로 쏠린 두 눈은 외부세계와 눈맞춤을 피한 듯 반응이 없다. 깊은 바다의 파고를 읽는 듯, 한 곳만을 응시할 뿐이다. 자세히 보면 여러 마리가 몸을 포개고서 죽은 듯이 있다. 사노라면 있기 마련인 자리싸움도 포기한 채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퉁이를 지키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을 하던 남편을 도와 무던히도 열심히 달렸건만 호의호식은커녕 먹고 사는 일조차 걱정 줄을 놓을 수 없었다. 남편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고, 그녀는 남편이 남겨준 빚더미에 앉았다. 회생파산 업무를 담당하는 친구는 '파산신청'을 권했지만, 어떻게든 갚아보겠노라고 했다. 찔끔 눈 한번 감아버리면 외면해버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많은 빚을 지고도 편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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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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