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 / 최민자
수상한 손님이 찾아 왔다. 생면부지의 불청객, 두드러기다. 더러 소문을 듣기야 했지만 아무래도 이 작자는 엉큼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밖에서 일을 보는 낮 동안에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다가, 혼자 있거나 한가하다 싶을 때, 하루 일을 마치고 자리에 들려할 때, 슬금슬금 마수를 뻗쳐온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스멀스멀 옷 속으로 기어 들어와 이제부터 저하고만 상종하자 한다. 반갑지 않은 유혹, 적과의 동침이다. 놈은 처음, 시계나 고무줄 자국 같은, 압박 부위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으면 어렵잖게 토벌할 수 있었으련만, 무관심 무저항으로 맞서려 했던 것이 사기만 높여준 꼴이 되었다. 밖에 나갔다 들어설 때 잠깐씩만 기척을 보이던 놈이 요즘엔 게릴라처럼 무시로 출몰한다. 내 등판을 ..
수필 읽기
2020. 10. 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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